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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 2013. 8. 13. 09:43

요즘 어떤분 때문에 인문학에 좀 관심이 있다.

 

근대 인문학은 르네상스에서 기인했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르네상스’ 하면 무슨 호텔 이름처럼 풍요롭고 화려한 이미지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 시대의 인문학자들이야말로 중세적 신의 질서, 억압적 권력, 무지의 관성에 맞서 목숨을 내놓고 싸웠던 지적 전사들이었다.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쉽게 요약해주거나, 자본가들 상대로 호텔에서 강의를 하거나, 대통령에게 괴테를 인용해 찬사나 보내는 따위의 행위는 ‘인간의 무늬’(人文)를 탐구하는 데 따르는 지난하고 복합적이며 때로는 답이 보이지도 않는 인문학적 작업과는 관계가 없으며, 그저 소비사회의 천박한 요청에 부응해 신속하게 상품화된 지식일 뿐이다. 외려 진정한 인문학은 이 시대의 가장 불편한 문제를 제기하는 일, 가장 인기 없는 학문을 묵묵히 계속하는 일, 가장 주변부의 사람들과 연대하는 일 속에 있다. 이 시대는 ‘인간’의 가치가 헐값으로 떨어진 총체적 야만의 시대이기에 그렇다. 이런 암울하고 절박한 시대를 쉽고 실용적이고 희망찬 말들로 포장하여 팔아치우는 오늘의 ‘인문학’, 그것이야말로 실은 가장 먼저 처리되어야 할 쓰레기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Posted by 보미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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